3년 뒤엔... 북한 육군 107만명 유지, 한국은 38만명으로 준다
軍 “국방개혁 2.0 따라 신속대응사단으로 재편”
<이데일리>는 17일 군 관계자를 인용해 “국방개혁 2.0에 따라 육군 제2사단을 해체해 공중강습부대로 개편한다”며 “새 부대는 ‘신속대응사단’이라는 가칭으로 불리며, 국방부가 창설하려 했던 ‘입체기동부대’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국방부에 문의했다. 국방부는 “부대 개편 및 편제에 대한 사항은 보안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다른 군 관계자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이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미 육군의 82공수사단 또는 101공중강습사단을 롤 모델로 기동부대를 만들고 싶어 한다. 육군 제2사단을 ‘신속대응사단’으로 만드는 계획은 이렇다. 사단 예하 17연대, 31연대, 32연대, 포병여단 등을 인접한 12사단과 21사단, 3군단 예하로 흡수시키고, 사단 사령부는 후방을 담당하는 제2작전사령부 직할로 둔다. 여기에 201, 203특공여단을 묶어 새로운 사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얼핏 좋은 계획으로 보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동부전선 핵심전력을 후방으로 빼고, 여기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는 후방 부대들을 뭉쳐서 새로운 부대로 포장한다는 뜻이다. 특공여단은 현재 경북 경산, 경남 사천, 세종시, 충남 계룡시 등에 흩어져 있다. 1982년 창설 당시부터 북한의 대규모 특수부대 침투 및 후방교란을 저지하는 것이 임무여서 후방에 배치돼 있다.
현재 군의 계획대로면 2사단 사령부는 이미 8기계화 보병사단과 11기계화 보병사단으로 흡수된, 20기계화 보병사단 사령부가 있던 경기도 양평으로 옮긴다. 경기도에 있는 사령부에서 충청도와 경상도에 있는 예하 부대를 지휘해 전국을 무대로 작전을 벌인다.
병력과 장비도 보병사단 수준이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공여단은 특전사 교리를 이어받은 부대여서 편제가 팀-지역대-대대-여단으로 돼 있다. 때문에 완전 편제된 여단 병력 수도 보병연대에 비해 적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공여단을 병사 중심에서 간부 중심으로 변환하고 있어 실 병력 수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들을 데려다 ‘사단’을 만든다고 하지만 결국 실제 병력은 1개 여단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군 관계자는 ‘신속대응사단’의 롤 모델로 미 육군 101공중강습사단 또는 82공수사단을 꼽았다.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롤 모델은 롤 모델일 뿐 한국군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게 문제다. 이 두 사단은 제18공수군단 예하에 있다.
미 육군은 제18공수군단을 ‘신속대응군(RDF)’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군단 예하에는 험지전투에 전문화된 경보병만 모인 제10산악사단, 사단 장병 전체가 공수강하 자격을 가진 82공수사단, 사단 전체를 한꺼번에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헬기를 가졌다는 101공중강습사단이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는 기갑전력과 항공전력을 확충한 제3보병사단까지 끼워 넣었다. 이라크 침공 당시 바그다드를 함락시킨 부대, 최신 장비가 나오면 처음 적용하는 그 부대다.
미 육군 제18공수군단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세계 어디든 72시간 이내에 개입할 수 있는 ‘신속전개군’이기도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장비와 이를 움직이게 해주는 군수지원, 예산을 감당할 수 있는 미국만이 운영할 수 있는 부대다.
한국이 롤 모델로 삼은 101공중강습사단만 하더라도 웬만한 국가는 운영할 수가 없다. 101공중강습사단의 핵심 전력은 4개의 여단전투단과 이들을 실어 나르고 지원해주는 항공여단이다. 제101전투항공여단 예하에는 제101항공연대와 제17기병연대 3비행전대, 제96항공지원전대가 배속돼 있다. 이들이 운영 중인 헬기 숫자는 약 280대다.
참고로 세계 군용헬기 보유 6위라고 자랑하는 한국군의 보유 헬기 수가 700대 안팎이다. 이 가운데 임무수행이 어렵고 이제는 퇴역 중인 500MD 계열 헬기가 260여 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으로 교체 중인 UH-1 계열 헬기가 100대를 넘는다. 즉 101공중강습사단이 보유한 헬기와 한국군 전체 헬기 수는 100대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군이 보유한 헬기를 모두 ‘신속대응사단’에 몰아줄 수도 없는 일. 그렇다면 새로운 헬기를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다. ‘신속대응사단’을 위해 ‘수리온’ 헬기 100여 대를 구입한다고 치자.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최대치로 계산해도 3조 원 미만이다. 예산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헬기를 조종하고 정비할, 즉 운용 부대를 만들 인력을 못 구한다는 점이다.
군 당국에서는 이런 지적을 감안했는지 C-130 허큘리스 수송기를 가진 공군을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헬기보다 더 숫자가 적은 게 공군 수송기다. C-130 허큘리스 수송기는 H형과 J형, 특수전에 쓸 수 있게 성능을 개량한 기체까지 합쳐 16대다. 여기에 더해 김영삼 정부 시절 인도네시아로부터 도입한 CN-235 전술 수송기가 20대 있다. 모든 공군 수송기에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병력은 1984명이다.
‘신속대응사단’에게 공군 수송기를 몰아주면, 6개 여단이 넘는 특전사와 여단급 해군 SEAL, 공군 특수부대는 뭘 타고 침투할까. 참고로 한국군은 육군과 해군 특수부대를 위한 특수전용 항공기 보유량도 적정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그럴싸한 ‘신속대응사단’을 만들기 위해 동부전선 핵심전력을 해체하는 게 맞는 일일까.
육군 3군단 담당 지역은 산세가 험준하고 경계해야 할 지역이 넓어, 2개 사단만으로 모든 전선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2사단은 그런 전방 부대를 뒤에서 떠받치면서 전쟁 초기 전선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한국 육군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작전에 참여했던 제17연대도 2사단 소속이었던 것이다. 이런 부대를 해체해 ‘신속대응사단’으로 만드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임기 중에 2개 군단과 5개 사단을 해체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이면 한국 육군 수는 38만여 명이 된다. 북한 육군에서 돌격대(건설전문부대) 35만 명을 뺀다고 하더라도 2.5대 1의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된다. 이때 육군에서 강하기로 소문났던 부대들이 사라진다면, 군의 사기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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