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펌 - 웅동학원과 한국의 사학법인


http://redtea.kr/?b=3&n=5624
조국 민정수석의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웅동학원이 2100만 원가량 세금 체납을 해온 사실이 기사로 뜨면서 요 며칠 꽤 시끄러웠습니다. 아이엠피터라는 블로거가 '웅동학원은 1년 예산이 78만 원밖에 안 되는 영세한 재단'이라는 요지의 글을 쓰고 또 이 내용이 언론에 나오면서 조국 일가는 부도덕한 사학 재벌이 아니다, 나아가 조국 부친 조변현 씨가 사재를 털어 세금을 납부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도 파도 미담' 일화의 한 예로까지 간주하는 여론이 보였습니다. 한편 공교롭게도 웅동학원의 세금 체납 이슈가 터진 것과 동시에 썰전에 출연한 나경원 의원(전형적인 사학재벌 집안)이 집중 타겟이 되어 나씨 집안의 홍신학원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법정부담금 24억 원가량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많은 사람들이 '조국 2100만 원 vs 나경원 24억 원'의 형태로 이 사건을 (일종의 네티즌/문재인 정부의 승리로서)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는 듯합니다.

몇몇 기사들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짚어주는 페이스북 글이 있어서 퍼와 보았습니다. 글쓴이는 경남 지역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노동당원입니다.

[펌] ----------------------------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1. 세금체납과 법정분담금 미납은 다르다. 법정분담금은 대부분의 사학재단이 제대로 안 낸다 (잘못이지만 어쨌든 그렇고 이것은 세금이 아니다). 반면 법인의 수익용 재산(학교재산이 아니다. 학교재산은 면세다)에 대한 재산세를 내지 않는 건 진짜 세금체납이고 이건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법인의 수익용 재산은 학교와 별도의 재산이며, 웅동학원의 경우 수십억대의 임야가 있다. 이것에 대한 재산세를 내지 않은 것이다.

2. 연 78만원으로 운영된다니 학교가 너무 가난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데 그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연 78만원으로 운영될 리가 있는가.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는 다르다. 학교회계는 대부분 국가가 거의 전액을 지원한다. 원래는 학교가 아닌 법인의 별도 수익용 재산으로 수익을 내서 그걸로 법정분담금을 내고 그 법정분담금과 정부지원금을 합쳐서 사학을 운영하게 되어 있지만, 법정분담금을 제대로 안내기 때문에 (웅동학원 역시 세금체납과 별도로 법정분담금을 전혀 안 냈다. 즉 법정분담금까지 합치면 안 낸 금액은 웅동학원 역시 수십억대다)[sic. 2008년 이후 웅동학원의 미납 법정부담금은 4억 7천만 원입니다] 학교회계는 거의 전부가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된다.

3. 쉽게 말해, 사학재단의 대부분은 맨 처음 건물과 부지만 제공했을 뿐 이후의 운영에 드는 비용은 거의 전부 정부가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재단의 각종 권한은 법인 이사회가 갖는다. 그 권한을 남용하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그냥 상식적으로 운영한다 하더라도 재단법인의 실소유주는 여러가지 혜택이 있다. 합법적으로 상속세를 안 내고 재산을 상속할 수 있으며 (물론 형식상은 법인재산이지 개인재산이 아니지만, 법인 이사회 자체가 설립자 등 실소유주 사람들로 구성된다) 법인 소유의 수익용 재산 등에 대해서도 낮은 세율 등 이런저런 혜택이 주어진다.

의사들이 돈만 있으면 개인병원이 아니라 의료재단을 만드는 이유와 똑같다. 개인병원은 자식이 의사가 아니면 못 물려주고 자식이 의사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재단을 만들어 재단 이사장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의사가 아니라도 상속세 한 푼 안 내고 병원을 물려줄 수 있다 (내가 저 아래 글에서 재단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은 이걸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재단을 만들려면 병원 재산 중 대출이 아닌 순수 자기 재산이 절반 이상이라야 하므로 어차피 대출이 잔뜩 있는 나는 그럴 돈도 없지만)
결국 사학재단이든 의료재단이든 재단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재산가라는 뜻이다. 게다가 사학재단은 학교 말고 별도의 막대한 수익용 재산이 있다 (이게 있어야 사학재단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말했듯이 원래는 여기서 수익을 내서 법정분담금을 내야 하므로). 결코 가난한 게 아니다.

4.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 많은 게 뭐가 문제냐, 그리고 초기에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지 않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설립 이후의 운영비는 거의 전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그렇다면 운영비를 지원하는만큼 매년 재단의 지분을 정부 지분으로 바꾸기만 하면 시간이 지나면 그 학교는 자연스레 공립학교가 된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고 학교의 각종 권한은 전부 사학재단의 소유다.

그러면서 심한 경우는 채용비리 등을 포함한 각종 비리를 저지를 수 있게 되고, 그런 비리까지는 아니라도 재산을 합법적으로 상속세 없이 물려줄 수 있다.
백보 양보해서 설립자까지는 설립의 공을 인정해서 각종 권한을 인정한다 치자. 하지만 거의 모든 사학재단은 설립자가 죽어도 설립자의 부인이나 자식이 이사장 등을 물려받는다. 얘기했듯이 합법적으로 상속세없이 재산을 물려주는 게 재단의 가장 큰 메리트이므로, 이걸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웅동학원 역시 설립자가 죽고난 후 부인이 이사장이 되었고 아들이 이사를 역임했으며 며느리가 이사를 하고 있다.

5. 특정한 개인을 문제삼겠다는 게 아니다. 사학재단 자체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고, 웅동학원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매년 수십억의 정부 돈이 학교회계에 지원되는데 왜 공립화 주장이 안 나오는가? 이미 말했듯이, 매년 지원되는만큼 학교 부지와 건물 등의 지분을 매입하면 시간 지나면 결국 공립화되므로 추가예산이 드는 것도 아닌데?
모든 사립학교는 공립화되어야 한다. 이게 핵심이다.
--------------------------------------

이 글의 결론적 주장(모든 사립의 공립화!)은 일단 배제하고 사실관계를 넷상에 떠도는 주장들과 대조해 보자면

1) 조국이 아니라 조국 모친이 세금을 체납한 것이고, 그것을 조국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연좌제다. 나아가 조국 모친이 이사장이라 해서 그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조국 부친이 자기 돈으로 세금을 낸 것은 미담이다.
--> 한국의 사학재단들은 대개가 현실적으로 그 재단의 이사장(실질적 소유주)과 그 가족들의 재산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웅동학원의 경우 조국 수석의 부친인 조변현 씨가 1985년부터 이사장으로 있었고, 그가 사망한 뒤에는 부인이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조국 수석도 한때 학원의 이사로 있었고 현재 부인이 이사로 있습니다. 가족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단이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해 운영이 어려울 때 이사장이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사재를 털어 재단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로 보이기는 하는데, 어차피 이 집안의 재산이니만치 세금 정도 내는 것을 미담이라고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조국 2100만 원 vs 나경원 24억 원의 구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쓰는 기자들이 별로 없던데, 공정하게 비교하자면 세금체납액 조국 2100만 원 vs 나경원 0원(홍신학원이 세금을 체납했다는 이야기는 못 보았습니다) 또는 법정부담금 미납액 조국 4억 7천만 원 vs 나경원 24억 원이 되어야 하겠지요.
둘 다 국가에 내야 마땅한 돈이긴 하지만 사학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세금 체납은 비리라기보다는 좀 부끄러운 일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법정부담금은 강제성이 없어 대부분의 사학이 배를 째고 있다고 하는데, 다만 웅동학원처럼 작은 재단이 부담금을 미루는 것과 홍신학원처럼 부자 재단이 미루는 것을 같은 급의 도덕적 해이로 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웅동학원 미납 법정부담금 4억 7천에 관한 기사 (http://news1.kr/articles/?2991805)

3) 참고로 조국 수석의 부친 조변현 씨는 참여정부 시기에 사학법 개정에 강하게 반발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래 링크는 중앙일보에 고 조변현 씨가 기고한 칼럼으로, 읽어보면 당시 사학재단 이사장들의 전형적인 마인드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반 전교조, 개방형 이사제 반대), 왜 사학법 개정이 그렇게 힘들었는지 다소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redtea.kr/pb/pb.php?id=free&no=5624

댓글 없음: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