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펌- 문대통령 대 신현수 민정, 서로 “믿던 도끼에 발등”

 본문보기


그냥 ‘신현수 사태’라고 불러 보겠다. 신현수, 사실 최근까지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다. 이 사람은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우선 세 가지를 긴급 진단해보겠다. 1)신현수는 누구인가. 2)민정수석은 뭐 하는 자리인가. 그리고 3)’신현수 사태'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가.


첫째 신현수 수석은 지금 사진에서 보여드리는 이 인물이다. 58년 개띠로 올해 예순세 살이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거쳐 죽 검사로 일해 오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그 뒤 변호사를 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했고, 지난 12월31일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으로 전격 발탁했다.


신현수 수석은 한마디로 ‘문재인 사람’이라고 할 만큼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사람이다. 문 정권 초기에는 조국 씨보다 신현수 씨가 민정수석 1순위라는 발탁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마음 속 깊이 신뢰하는 검찰 출신 법조인 중 한 명이다.” 그렇다. 다른 한 편 신 수석은 이런 말을 해왔다. “어려운 상황들이 상식과 순리대로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그는 ‘합리적인 사람’라는 평가에 걸맞는 발언을 해온 것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둘째 민정수석은 뭐하는 자리인가. 민정수석이란 자리는 청와대 ‘톱5’ 안에 들 만큼 실세 중에 실세라고 보면 된다. 옛날 표현대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자리다. 검찰, 경찰 같은 사정기관을 사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위공무원들의 인사 검증을 책임지는 자리다. 따라서 인사권과 사정권을 동시에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인 것이다. 법무행정 및 사정실무, 사정기관장들의 인사권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다시 말해 검찰 인사에 깊이 관여하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주 들어와 단 한 번도 도하 각 신문들의 1면에서 빠진 날이 없었고, 오늘 아침에도 주요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하고 있는 ‘신현수 사태’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우선 신문제목을 보면 조선일보는 “특별감찰관 제안도 묵살 당한 신현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신현수가 9일 첫 사의를 표명했을 때는 문 대통령이 처음엔 후임을 찾자고 답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우려하자 만류로 돌아선 것 같다.” 동아일보는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수석이 ‘나는 자세를 변치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 이번 사태는 신임 박범계 법무장관이 지난7일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검찰 빅4’ (즉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 부장, 대검 공공형사부장),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장 같은 주요 간부급 인사 4명에 대해 이동발령을 내고 다른 간부들에 대해서는 유임 조치를 했는데, 이런 인사를 하면서 박범계 장관이 철저하게 신현수 민정수석을 패싱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신현수 수석은 주변에 “자존심이 상해서 못 살겠다” “더는 수석직을 못 하겠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 이 부분은 조중동보다 한겨레 신문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직접 보겠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 한 달 반 만에 사의를 밝힌 데에는 자신과의 협의를 배제한 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직접 보고(직보)하고 발표를 강행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검찰 인사 등을 통해 여권과 검찰 간 대립 구도를 완화하고, 검찰 내부 불만을 진정시키려는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역할 축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신 수석은 주변에 “자존심이 상해 못 살겠다”, “더는 수석직을 못 하겠다”고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장관은 지난 2월2일, 2월5일 두 차례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다. 그때 이성윤 중앙지검장 교체 문제, 한동훈 검사장 복귀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었으나 박 장관과 윤 총장의 생각이 크게 달랐다고 했다. 이때 신현수 수석이 조율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이전에도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총장 몰아내기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어쨌든 신 수석은 지난2월8일 박범계 장관을 만나서 인사 협의를 할 예정이었는데, 박 장관이 그 전날인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인사를 발표했고, 신 수석은 인사 발표 직전에 대검 전화를 받고 나서야 내용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요일에 검사장 인사발표는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범계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를 놓고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신 수석이 박 장관보다 나이는 다섯 살이 위고, 사법시험은 7년 먼저 합격했다. 신 수석이 법조 선배다. 신 수석은 서울대 법대, 박 장관은 연세대 법대 출신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자 이런 조건이라면 신 수석과 박 장관이 충돌할 만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러나 그것은 정치과 권력의 속성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론 아랫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양새를 노출할 수는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그들을 임명하는 문 대통령, 대통령의 뜻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어제 조선일보가 핵심을 짚었다. 3면 톱 제목이 이렇다. “백운규 영장청구 직후…文대통령, 신현수 빼놓고 이광철과 검찰인사 했다.”


즉 지난 검찰 인사는 마땅히 신현수 수석이 주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 수석의 아랫사람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주도했으며 신 수석은 완전 배제됐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이 그런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철 비서관이 직접 인사 결재 서류를 들고 문 대통령에게 가서 결재를 받았다는 말도 있었다.


서울 출신으로 한림대 법대를 졸업한 이광철 비서관은 신현수 수석보다 나이로는 12살 밑이고, 사법시험은 20년 뒤에 합격했는데, 어떻게 보면 까마득한 법조 후배다. 그러나 민변 출신이기도 한 이광철 비서관은 청와대 내에서 대표적인 ‘친(親) 조국’ 인물이다. 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들어왔다. 작년 12월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그는 이런 글을 올렸다. “조국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 무엇보다 이광철 비서관은 울산시장 선거공작 청와대 개입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사람이고 최근에는 그 수사 때문에 사임설까지 돌았던 사람이다.


자, 그렇다면 왜 문재인 대통령은 신현수 수석을 제쳐놓고, 그 밑에 사람인 이광철 비서관에게 검찰 인사를 맡겼을까. 왜 이런 하극상을 일부러 연출했을까.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이 하는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4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했는데 무위로 돌아가자 신 수석보다 이광철 비서관에게 힘이 실려 버린 것이다.”


자, 이제 명확하게 알게 되셨죠? 줄거리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습니까? ‘윤석열 검찰’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이 다급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월성1호기 수사가 진행되면 그 칼끝이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한 불을 끄려고 검사 출신인 신현수 씨를 작년 12월31일 민정수석으로 불러다 앉힌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평소 “현수 형”이라고 부를 만큼 친근한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신현수 수석에게 바란 것은 검찰 인사에 관여하라는 게 아니라 월성1호기 수사를 무마하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 수석이 오고 한 달 지났는데 지난2월4일 덜컥 백운규 전 장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백운규 전 장관에게 검찰의 칼날이 도착했다면, 그 다음에는, 그렇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로 “월성1호기가 언제 폐쇄되느냐”고 물었다던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조사하겠다는 순서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문 대통령과 신현수 수석은 서로가 서로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선 문 대통령은 신현수 수석에게 “믿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심정일 것이다. 월성1호기 수사를 비롯해서 정권의 심장부를 노리는 검찰 수사를 적당히 ‘조율’하라고 신현수를 불렀는데, 오히려 사사건건 청와대에 쓴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때의 국정원 사찰 의혹을 여권이 정치 쟁점화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신현수 민정수석은 “청와대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신 수석은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빨리 지명해야 한다”, “공수처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 그런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점점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얘기만 하는 ‘걸림돌’이 되고만 것이다. 어제 17일 청와대 참모들 티타임 때 문 대통령도 참석했고, 신현수 수석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한마디도 안 했다고 한다.


거꾸로 신현수 수석도 문 대통령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을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 수석이 문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을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하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을 신뢰했었기 때문에 더욱 불통의 벽을 느낀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표를 수리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제 역설적으로 본다면, “문 대통령이 최고로 잘한 인사는 최재형 감사원장,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마지막에 이르러 신현수 민정수석이었다”, 이렇게 말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앞선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면, 후임 박범계 장관은 신현수 민정수석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민정수석은 보장된 임기가 없었다. 오늘이라도 대통령이 경질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 숫자로 봤을 때 국민의 절반쯤이 참여하는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코앞이라 문 대통령이 역풍을 맞을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댓글 없음: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