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발 검토중”…분향소는 변상금 부과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19일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치러진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영결식 관련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영결식이 끝난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어떻게 조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영결식 때 채증한 자료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엄중히 대처하기 위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는 오전 11시 30분부터 한 시간 여 동안 백 소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노나메기 세상 백기완 선생 사회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발인식을 한 뒤 노제 장소인 대학로, 종로 거리와 보신각 등을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무대 앞 배치된 의자 주변을 수백 명의 추모객이 둘러쌌다. 영결식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오후 1시 30분쯤 식이 끝났다. 서울시, 방역수칙 위반 여부 파악중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기로에 선 시점에 수백명이 모여 영결식을 치른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한 시민은 현장에서 차량 위에 올라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영결식을 진행한다”며 항의했다.
영결식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는 “장례식장 인원 제한으로 가까운 분들 상가에도 쉽게 못 갔는데 대통령이 왔다 가질 않나, 분향소도 허가 없이 세우고 제멋대로다”, “정부가 진짜 방역 의지가 있는 건지 이젠 헛웃음이 난다”, “오늘부터 집합금지 풀린 거냐”, “나 한 달 후 결혼식인데 그때 집회라고 뭐라고 하면 XX버릴거다” 등의 부정적 댓글들이 달렸다.
서울시는 전날 오후 장례위 측이 설치한 분향소에 대해서는 변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변상금은 불법시설물 설치에 따른 무단점유에 대한 조처로 감염병예방법 위반과는 관련 없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변상금 부과가 무슨 대단한 조치처럼 떠들고 있는데 이거는 평상시에도 불법노점상이나 포장마차처럼 서울시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설치하면 내는 변상금이지, 코로나를 막기 위한 강제적인 방역 조치가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스스로 방역원칙을 깨고 박원순 분향소를 서울광장에 세웠기 때문에 다른 방역 조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늘부터 집합금지 풀린 거냐” 비판도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고(故)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김혁 과장은 영결식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묻자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 설치 당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전국 35명, 서울시 6명이었던 것과 달리 오늘 확진자 수는 전국 566명, 서울시 177명에 이르고 소상공인 생업도 제한돼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을 제한하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영결식 진행에 대해서도 100인 이상 모이면 안 되는 집합금지가 준수돼야 하며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운구 행렬을 위해 일부 차로를 통제하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 대해서는 기존 규정(10인 이상 집회 금지)을 적용하지 않게 돼 있어 운구행렬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례 행사가 집회에 해당하지 않아 10인 이상 집회 금지 규정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인 100인 이상 집합금지는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건당국은 영결식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에서 조사·판단할 사안으로 서울시에서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