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성범죄자 사진 작고 흐릿… 마주쳐도 알아볼수 있겠나"

"성범죄자 사진 작고 흐릿… 마주쳐도 알아볼수 있겠나" - 1등 인터넷뉴스 조선닷컴:

'via Blog this'



가로 2.2~3.5㎝, 세로 2.5~4㎝ 안팎. 우리 정부가 '성범죄자 알림e (www.sexoffender.go.kr )'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성범죄자 사진의 크기다. 사진에는 가슴 부위까지 포함돼 있어 얼굴 크기는 더 작게 나온다. 사진 상태가 흐릿한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얼굴 생김새를 몇번이고 자세히 봐도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성범죄자가 버젓이 길거리를 다녀도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그들을 분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경남 통영 한아름(10)양 살해 사건 이후 집 근처에 사는 성범죄자를 찾아보려고 사흘간 413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접속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가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어 '성범죄자 공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비교해보니… 미국 사진이 3배 크기… 정부가 운영하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성범죄자 알림e’(왼쪽)에서 제공하는 성범죄자 사진은 크기가 작고 흐릿하다. 눈·코·입이 뚜렷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오른쪽)는 사진이 커서 얼굴이 선명하다. 두 사진은 실제 컴퓨터 화면에서 보이는 크기를 그대로 비교한 것이다. 미국의 사이트는 한국어를 포함해 13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얼굴과 이름을 가렸다.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도 불편하다. 신상 정보 검색 절차부터 복잡하다. 사이트에서 원하는 지역의 성범죄자 정보를 찾아보는 데는 짧게는 6~7분, 길게는 10분까지 걸린다. 보안 프로그램을 세 종류나 깔아야 하고, 4가지 방법(공인인증서·휴대폰·아이핀·주민등록발급일) 중 하나를 선택해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인인증서 중에는 이 사이트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성범죄자가 경찰서에 제출한 반명함판 사진을 받아 다시 스캔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 흐릿할 수밖에 없다. 성범죄자의 주소도 읍·면·동까지만 공개된다. 동국대박병식 법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에게 사진을 제출받아 스캔해 올릴 게 아니라, 경찰이 직접 디지털카메라로 성범죄자의 정면 사진, 옆 모습 등을 찍어 선명한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성범죄자 신상 공개 웹사이트는 절차가 간단하고, 정보는 풍부하다.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성범죄자 신상공개 웹사이트(www.meganslaw.ca.gov)에서 특정 지역에 사는 성범죄자를 검색하는 데는 10여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깔거나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었다. 성범죄자 사진도 훨씬 크고 사진 상태도 선명한 경우가 많다. 이름, 생년월일, 키, 몸무게뿐 아니라, 눈과 머리 색깔, 인종, 흉터·자국·문신, 별명까지도 알려준다.


"사회에 잘 적응 못해… 생활 숨기기 좋은 곳에 살아"
2010년 이후 범행자만 공개… 적다고 방심은 금물

정부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 (www.sexoffender.go.kr )'에 등록된 전국의 성범죄자 2051명 가운데 서울의 345명은 대개 외곽 지역에 살고 있었다.

25일 본지가 이 사이트에 공개된 성범죄자 분포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성범죄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중랑구(26명)였고, 그다음은 은평구(22명)였다. 노원구·구로구(19명), 양천구·강동구(18명), 관악구(17명), 강북구·성북구·동대문구(각 16명)가 뒤를 이었다. 중랑구에 거주하는 정세영(가명·53)씨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성범죄자가 가장 많다니 섬뜩하다"며 "아내와 딸이 밤길 다니게 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심부와 강남 일부 지역은 성범죄자 수가 비교적 적었다. 종로구에 주소를 둔 성범죄자는 4명으로 서울에서 가장 적었다. 서초구와 강남구엔 각각 6명과 7명 있었다.


경기도에선 고양시가 33명으로 가장 많은 성범죄자가 살고 있었다. 또 공장지대와 군부대, 신도시가 생겨나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성범죄자가 많았다. 의정부시와 부천시에 살고 있는 성범죄자가 각각 30명이었으며 성남시가 28명이었다.

비(非)수도권은 도시와 공단 지역을 중심으로 성범죄자가 모여 있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바다와 항구를 끼고 있는 경북 포항(25명), 전남 여수(22명), 인천 남동구(25명), 충남 당진(11명) 등에 성범죄자가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제주시가 21명, 서귀포시 8명으로 인구에 비해 성범죄자가 많은 편이었다.


성범죄 전문가 허찬희 수성중동병원 진료원장은 "성범죄자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해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기 생활방식이 노출되지 않는 중소도시 혹은 도농복합지역 등에 주로 산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돼 있는 성범죄자는 2010년 1월 1일 이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2010년 이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 대부분은 공개가 안 된 상태다. 당국은 이처럼 공개 안 된 성범죄 전과자가 최소 2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집 근처의 성범죄자 수가 적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스트